튜더는 왜 블랙베이만 만들지 않고 노스플래그를 되살렸을까?
[이미지 출처 : 튜더 공식 홈페이지]
2026년 9월, 튜더가 예상 밖의 시계를 다시 꺼냈습니다.
주인공은 노스플래그(Northflag) 입니다.
2015년 처음 등장했던 Northflag는 2021년 단종됐고, 약 5년 만에 이름을 하나로 붙인 Northflag로 돌아왔습니다.
새로운 디자인에 GMT 기능과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까지 더했습니다.
지금의 튜더를 생각하면 조금 의외입니다.
이미 브랜드의 중심에는 블랙베이가 있습니다. 2026년에도 블랙베이 54와 58, 블랙베이 58 GMT 등 여러 신제품이 추가됐습니다. GMT도,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도 더 이상 블랙베이에 없는 기술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굳이 단종된 노스플래그를 다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요?
저는 신형에 무엇이 추가됐는지보다 무엇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무엇이 들어왔는지를 보는 편이 더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노스플래그는 새로운 무브먼트를 보여줬다.
2015년 North Flag가 등장했을 당시 가장 큰 이야기는 시계 자체보다 그 안에 들어간 MT5621이었습니다.
튜더가 처음 선보인 자체 개발 매뉴팩처 무브먼트였고, 약 70시간의 파워리저브와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COSC 인증을 갖췄습니다. 당시 North Flag의 소개 역시 새로운 무브먼트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었습니다.
다이얼 9시 방향에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도 자리했습니다.
남은 동력을 확인하는 기능이지만, 당시의 North Flag에서는 의미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새롭게 만든 무브먼트가 얼마나 오래 움직이는지를 다이얼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5년의 노스플래그는 튜더가 새롭게 갖게 된 기술을 시계 안에 숨기기보다 밖으로 보여주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11년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매뉴팩처 무브먼트는 여러 튜더 컬렉션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고, 더 이상 Northflag 한 모델이 그것을 설명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래서 신형에서는 그 자리가 사라졌습니다.
돌아온 노스플래그는 시계 밖을 보기 시작했다
2026년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대신 옐로우 컬러의 24시간 핸드와 24시간 표시가 들어갔습니다. GMT 기능입니다.
튜더는 이 기능을 단순히 해외여행에서 두 번째 시간대를 확인하는 장치로만 설명하지 않습니다.
북그린란드처럼 계절에 따라 해가 지지 않거나 뜨지 않는 환경에서는 자연광으로 낮과 밤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24시간 표시가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공식적으로도 Northflag의 배경을 북극권 탐험과 연결합니다.
저는 이 변화가 두 세대를 비교할 때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2015년의 파워리저브는
"이 시계 안에 얼마나 많은 동력이 남아있는가"
를 보여줬습니다.
2026년의 24시간 핸드는
"나는 지금 하루의 어느 시간에 있는가"
를 보여줍니다.
둘 다 다이얼 위에 추가된 정보지만, 바라보는 방향은 정반대입니다.
하나는 시계 내부를 보고, 다른 하나는 시계 밖의 환경을 봅니다.
[이미지 출처 : 튜더 공식 홈페이지]
GMT가 새로워서 노스플래그가 돌아온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GMT 자체가 Northflag를 되살릴 만큼 새로운 기술은 아닙니다.
튜더에는 이미 여러 GMT 모델이 있고, 신형 Northflag의 MT5652-U 역시 COSC와 METAS 인증,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약 65시간 파워리저브를 갖춘 현재 튜더의 익숙한 기술 구성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부활을 GMT가 필요해서 노스플래그를 다시 만들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이미 튜더가 가지고 있는 GMT라는 기능을 Northflag라는 시계에서는 다른 이유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블랙베이의 GMT가 여행과 여러 시간대라는 맥락에서 자연스럽다면, Northflag에서는 같은 24시간 표시가 극지방의 낮과 밤, 탐험이라는 배경과 연결됩니다.
기능은 같아도 시계가 그 기능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달라집니다.
디자인도 블랙베이와 다른 기억을 꺼냈다
신형 Northflag는 40mm 스틸 케이스와 일체형 브레이슬릿이라는 기본 구조를 이어갑니다.
케이스 두께는 12.7mm이며 100m 방수, T-fit 조절 시스템, 모노블록 야광 세라믹 아워 마커가 적용됩니다.
디자인의 출발점 역시 블랙베이와 다릅니다.
초대 North Flag부터 1970년대 Range II의 각진 케이스와 일체형 브레이슬릿에서 영향을 받은 디자인이 사용됐고, 신형에서도 그 계보가 이어집니다.
즉 튜더가 과거를 활용한다는 점은 같지만, 블랙베이가 과거 다이버 워치의 이미지를 반복해서 발전시킨다면 Northflag는 탐험용 시계와 1970년대의 보다 각진 디자인 언어에서 출발합니다.
같은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서로 다른 얼굴을 만들 수 있는 이유입니다.
첫 번째 노스플래그와 두 번째 노스플래그
2015년 North Flag가 등장했을 때는 자체 무브먼트 자체가 뉴스였습니다.
그래서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처럼 새로운 기술의 존재를 직접 보여주는 기능이 이 시계와 잘 맞았습니다.
2026년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매뉴팩처 무브먼트도, GMT도, METAS 인증도 이미 튜더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는 것보다 이미 익숙해진 기술에 Northflag만의 사용 이유를 붙이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이 차이가 굳이 노스플래그를 다시 꺼낸 이유를 이해하는 데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튜더가 블랙베이에 없는 기능을 만들기 위해 Northflag를 부활시킨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블랙베이에도 넣을 수 있는 기능을, Northflag에 넣었을 때만 가능한 이야기로 바꾼 것에 가깝습니다.
2015년에는 파워리저브를 통해 새 무브먼트를 보여줬고, 2026년에는 24시간 핸드를 통해 이 시계가 어떤 환경을 바라보는지 보여줍니다.
[이미지 출처 : 튜더 공식 홈페이지]
첫 번째 노스플래그가 새 기술을 보여주는 무대였다면, 두 번째 노스플래그는 이미 가진 기술에 이 시계만의 이유를 만들어준 모델입니다.
이번에는 그 이유가 얼마나 오래 Northflag를 남게 할지 지켜볼 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