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는 왜 앰배서더 대신 ‘테스티모니’라고 부를까?
롤렉스는 왜 앰배서더 대신 ‘테스티모니’라고 부를까?
다양한 브랜드의 앰배서더들
[이미지출처 : 샤넬. 더블유코리아,디올]
'앰배서더'는 우리에겐 이미 충분히 친숙한 단어일 것입니다.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은 모두 자신만의 '앰배서더'를 내세우며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공을 들입니다.
롤렉스의 '테스티모니'도 겉으로 보면 타 브랜드의 앰배서더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롤렉스의 시계를 착용하고 광고와 행사에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롤렉스가 이들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조금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앰배서더가 한 인물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면, 롤렉스의 테스티모니는 그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쌓아온 경력과 성취를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인물에 가깝습니다.
앰배서더가 아닌 ‘테스티모니’
홈페이지에 꾸준히 업데이트 되는 테스티모니의 정보
[이미지 출처 :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
'테스티모니'는 롤렉스가 브랜드와 함께하는 인물들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고유한 표현입니다. 앰배서더라고 하면 유명 배우나 가수처럼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인물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물론 롤렉스의 테스티모니에도 배우와 예술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테니스, 골프를 비롯한 스포츠 선수부터 영화감독, 음악가, 탐험가까지 그 분야는 훨씬 다양합니다. 이들의 직업은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오랜 시간 실력을 쌓고, 끊임없는 노력 끝에 자신만의 성취를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그들의 걸어온 삶의 궤적은 롤렉스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탁월함과 지속성이라는 가치와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습니다.
결국 롤렉스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단순한 유명세만은 아닐 것입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쌓아온 업적과 삶의 태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신뢰가 롤렉스가 추구하는 가치를 얼마나 잘 보여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테스티모니의 시작, 메르세데스 글리츠
수영을 준비중인 메르세데스 글리츠
[이미지 출처 :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
롤렉스 테스티모니의 시작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있습니다.
영국의 수영선수 메르세데스 글리츠(Mercedes Gleitze) 입니다.
글리츠는 1927년 10월 7일 약 15시간 15분에 걸쳐 영국 해협을 횡단하며, 이를 성공한 최초의 영국 여성으로 기록됐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여성 수영선수가 더 빠른 기록으로 본인이 영국 해협을 횡단했다고 주장하면서 글리츠의 기록까지 의심받기 사작했습니다. 이후 해당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글리츠는 자신의 기록을 다시 증명하기 위해 두번째 도전인 이른바 ‘Vindication Swim’ 에 나섭니다.
그리고 이 두번째 도전에서 한스 빌스도르프는 글리츠에게 롤렉스 오이스터((Oyster) 를 착용하게 합니다. 오이스터가 가진 방수 성능을 말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환경에서 직접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글리츠는 오이스터를 리본에 묶어 목에 착용한 채 차가운 영국 해협에 들어갔습니다.
거친 파도와 낮은 수온으로 인해 10시간이 넘는 수영 끝에 도전을 중단해야 했지만, 글리츠와 함께 바닷속에 있었던 오이스터는 정상적으로 작동했습니다.
글리츠는 횡단을 완주하지 못했지만, 오이스터는 극한에 가까운 실제 환경에서 방수 성능을 보여준 셈입니다. 그리고 글리츠는 훗날 롤렉스가 이야기하는 최초의 테스티모니가 됩니다.
시계를 증명하던 사람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보여주는 사람으로
수조 속에 오이스터를 넣은 혁신적인 광고
[이미지출처 : 네이버 블로그/롤렉스 매거진]
메르세데스 글리츠의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유명인이 단순히 시계를 착용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당시 오이스터가 가지고 있던 가장 중요한 가치인 방수 성능을 실제 환경에서 증명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롤렉스와 테스티모니의 관계는 한 사람을 넘어 그들이 활동하는 분야로 확장됩니다. 롤렉스는 테니스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윔블던을 비롯한 주요 대회를 지원하고, 음악가 및 예술가들과 관계를 맺는 동시에 오페라와 여러 문화.예술 기관도 후원해 왔습니다. 특정 인물의 유명세에만 의존하기보다, 그 인물이 활동하는 무대와 분야까지 함께 지원하면서 관계를 장시간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초기의 테스티모니가 실제 환경에서 시계의 성능을 증명했다면, 오늘날의 테스티모니는 자신의 경력과 성취를 통해 롤렉스가 추구하는 가치를 보여줍니다. 증명의 대상이 오이스터의 방수와 신뢰성에서 정확성, 탁월함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성취로 확장된 것입니다.
결국 앰배서더와 무엇이 다를까?
결과적으로 보면 테스티모니 역시 브랜드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앰배서더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롤렉스가 이 관계를 설명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단순히 인물의 이미지나 유명세를 브랜드에 가져오는 것보다, 그 사람이 어떤 길을 걸어왔고 무엇을 성취했는지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합니다.
배우와 운동선수, 음악가와 탐험가까지 각 분야의 테스티모니는 자신이 쌓아온 활동과 성취를 통해 롤렉스가 이야기하는 탁월함을 보여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롤렉스가 ‘앰배서더’ 대신 ‘테스티모니’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다른 브랜드와 언어적인 차별화를 만들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롤렉스에서 제공하는 롤렉스 패밀리에 관한 독점 다큐멘터리
[이미지 출처 : 롤렉스 유튜브]
롤렉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시계를 홍보해 줄 유명인이 아니라, 롤렉스가 어떤 가치를 추구해왔는지를 자신의 삶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어쩌면 테스티모니는 앰배서더와 전혀 다른 존재라기보다, 롤렉스가 자신의 역사와 철학에 맞춰 ‘브랜드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다시 정의한 이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