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의 초록색 씰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이미지 출처 : 롤렉스 공식홈페이지]
롤렉스 시계를 구매하면 시계와 함께 작은 초록색 씰이 따라옵니다.
금색 왕관 로고 아래에는 SUPERLATIVE CHRONOMETER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정품임을 표시하는 태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시계가 롤렉스의 최상급 크로노미터 기준을 충족했다는 표시입니다.
현재 롤렉스의 모든 시계에는 이 인증이 적용되며 국제 5년 보증도 함께 제공됩니다.
그런데 2026년, 롤렉스가 이 인증을 손봤습니다.
초록색 씰의 모습이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대신 이 씰을 받기 위해 확인하는 기준이 기존 네 가지에서 일곱 가지로 늘어났습니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요?
초록색 씰은 언제부터 지금의 의미를 갖게 됐을까?
[이미지 출처 :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
롤렉스와 크로노미터의 관계는 오래됐습니다.
다이얼 아래쪽에 적힌 SUPERLATIVE CHRONOMETER OFFICIALLY CERITIFIED라는 문구도 최근에 만들어진 표현은 아닙니다.
롤렉스는 오랫동안 정확도를 중요하게 다뤄왔고 Superlative라는 표현 역시 이전부터 사용했습니다.
다만 지금의 최상급 크로노미터 인증을 이해하려면 2015년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롤렉스는 무브먼트 단계에서 독립 기관인 COSC의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습니다. 이후 무브먼트를 케이스에 넣어 시계를 완성하고, 자체 기준에 따라 다시 검사합니다.
2015년 롤렉스는 이 완성품 인증 체계를 새롭게 정의하면서 네 가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정확도, 방수 성능, 셀프 와인딩, 파워리저브 입니다.
이 가운데 정확도는 완성된 시계 상태에서 하루 평균 -2/+2초를 요구합니다.
COSC를 통과했다고 바로 초록색 씰이 붙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무브먼트가 COSC인증을 받은 뒤 완성된 시계 상태에서 롤렉스의 자체 검증까지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COSC와 최상급 크로노미터를 같은 시험의 상위·하위 등급으로 볼 필요도 없습니다.
COSC가 무브먼트를 검사하고, 이후 롤렉스가 완성된 시계를 다시 검사하는 순서에 가깝습니다.
이 체계가 2026년에 다시 한번 바뀌었습니다.
네 가지였던 기준이 일곱 가지가 됐습니다.
기존의 정확도와 방수 성능, 셀프 와인딩, 파워리저브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대신 세 가지가 더해졌습니다.
항자성, 신뢰성, 지속가능성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추가된 항목의 성격입니다.
정확도를 하루 -2/+2초보다 더 줄인다거나 파워리저브를 몇 시간 이상으로 높이는 식의 변화가 아닙니다.
시계를 실제로 사용하고 오래 유지하는 과정까지 인증이 다루는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항자성이 포함된 배경부터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스피커 등 현대인의 주변에는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물건이 많습니다.
기계식 무브먼트의 일부 부품이 자성의 영향을 받으면 정확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롤렉스가 2026년에 갑자기 항자성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파라크롬 헤어스프링이나 실록시 실리콘 헤어스프링처럼 자기장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부품을 사용해왔습니다.
달라진 것은 항자성 자체가 최상급 크로노미터를 구성하는 공식적인 기준 가운데 하나로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신뢰성은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집니다.
새 시계가 처음 며칠 동안 정확하게 작동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매일 손목에서 움직이고 충격을 받으면서도 각 부품이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롤렉스는 설계와 제조 과정에서 시계의 성능과 관련된 수백 가지 검사와 검증을 실시한다고 설명합니다. 정확도처럼 하나의 숫자로 보여주기보다는 시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와 제조 전반을 확인하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지속가능성이 있습니다.
시계의 성능 인증에서 이 단어가 등장한다는 점은 조금 낯섭니다. 롤렉스 역시 지속가능성을 나머지 요소들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시계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내구성과 수리 가능성부터 제조 방식과 자원 사용까지 보다 넓은 범위가 연결됩니다.
세 가지를 함께 놓고 보면 2026년 변화의 방향이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기존 네 가지 기준이 완성된 시계가 제대로 작동하는가에 집중했다면, 새롭게 추가된 기준은 실제 환경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가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록색 씰은 무엇을 보증할까?
[이미지 출처 :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
초록색 씰 자체가 2026년에 새로 생긴 것은 아닙니다.
정확도 기준이 더 엄격해진 것도 아닙니다. 하루 -2/+2초라는 기준 역시 기존부터 적용돼 왔습니다.
달라진 것은 롤렉스가 Superlative Chronometer라는 이름 아래 무엇을 확인하느냐 입니다.
2015년에는 정확도와 방수, 셀프 와인딩, 파워리저브가 중심이었다면 2026년부터는 항자성과 신뢰성, 지속가능성까지 일곱 가지 기준으로 확대됐습니다.
따라서 롤렉스 시계에 붙어 있는 초록색 씰을 단순히 정품 태그나 COSC 인증 마크라고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COSC 인증을 받은 무브먼트를 사용하고, 완성된 시계가 롤렉스의 자체 기준까지 충족했다는 표시.
이것이 초록색 씰이 의미하는 바입니다.
시계를 구매하고 나면 박스 안에 들어가 좀처럼 다시 볼 일이 없는 작은 태그지만, 그 안에는 롤렉스가 완성된 시계 한 점을 어떤 기준으로 검사하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2026년의 변화는 새로운 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씰이 보증해야 할 범위를 더 넓힌 것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