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퍼페츄얼 파델로네, 1950년대 전설적인 시계가 다시 돌아왔다
지금의 롤렉스를 떠올리면 서브마리너나 GMT-마스터 II같은 스포츠 워치, 혹은 날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트저스트와 데이-데이트가 먼저 생각납니다.
그런데 2026년 롤렉스가 조금 낯선 시계를 꺼냈습니다.
퍼페츄얼 파델로네(Perpetual Padellone)입니다.
요일과 날짜, 월에 문페이즈까지 표시하는 순간 전환식 연간 캘린더입니다. 이름의 출발점은 약 70년 전 롤렉스가 만들었던 Ref.8171입니다. 롤렉스 역시 신형의 이름이 수집가들이 Ref.8171을 부르던 'Padellone'에서 왔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시계를 단순히 '1950년대 롤렉스의 부활'이라고 보는 것은 조금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롤렉스는 과거의 캘린더를 다시 가져왔지만, 그 캘린더를 사용해야 했던 방식까지 되살리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 롤렉스 공식 인스타그램]
수집가의 별명이 정식 모델명이 되다
Ref.8171은 1949년부터 1952년 무렵 제작된 롤렉스의 자동 트리플 캘린더 문페이즈 시계입니다. 약 38mm의 둥글고 넓은 케이스에 12시 방향의 요일과 월 표시창, 다이얼 가장자리의 포인터 데이트, 6시 방향의 문페이즈를 담았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큰 크기 때문에 수집가들은 이 시계를 이탈리아어로 '큰 프라이팬'을 뜻하는 파델로네라고 불렀습니다.
2026년 롤렉스는 그 별명을 공식 모델명으로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롤렉스 퍼페츄얼 파델로네는 Ref.8171을 그대로 복제한 시계는 아닙니다.
오히려 두 모델을 비교하면 롤렉스가 무엇은 남기고, 무엇은 굳이 바꿨는지가 더 잘 보입니다.
[이미지 출처 :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
남겨둔 것은 달력을 읽는 방식
신형에서도 요일과 월은 12시 방향의 두 개의 창에 놓입니다.
날짜는 별도의 날짜창이 아니라 다이얼 바깥쪽에 배치되고, 끝에 초승달 모양이 달린 블루 핸드가 현재 날짜를 가리킵니다.
6시 방향에는 다시 문페이즈가 자리합니다.
즉 Ref.8171을 알던 사람이라면 새로운 설명 없이도 어디를 봐야 하는지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롤렉스는 과거의 케이스나 핸즈를 그대로 베끼기보다 캘린더 정보를 읽는 순서와 위치를 남겼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달력을 관리하는 방식은 달라졌습니다.
과거의 모습을 남기고, 과거의 번거로움은 줄였다
Ref.8171은 요일·날짜·월과 문페이즈를 보여주는 컴플리트 캘린더였지만, 월별 날짜 수를 스스로 구분하는 연간 캘린더는 아니었습니다.
신형에는 하플로스(Haplos) 시스템이 들어갑니다.
30일인 달과 31일인 달을 자동으로 구분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날짜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2월에서 3월로 넘어갈 때, 1년에 한 번뿐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자정입니다.
요일과 날짜, 월이 따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1초도 채 되지 않는 순간에 동시에 전환됩니다. 이 순간 전환 방식 역시 특허가 출원된 기술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신형 파델로네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봅니다.
1950년대의 달력을 보는 방법은 남겨두고, 그 달력을 계속 관리해야 했던 부담은 줄인 것입니다.
복각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옛 디자인을 얼마나 똑같이 만들었는가'와는 조금 다른 접근입니다.
문페이즈도 과거를 그대로 옮기지는 않았다
6시 방향의 문페이즈도 같은 방식입니다.
블루 에나멜 디스크 위에 보름달과 신월을 모두 운석 소재로 만들었고, 신월에는 다크 블루 PVD 처리를 적용했습니다.
디스크는 실제 삭망월에 맞춰 29.53일에 한 바퀴 회전합니다.
과거 Ref.8171을 떠올리게 하는 위치와 분위기는 유지하지만, 표현에 사용한 소재와 제작 방식은 현재의 롤렉스에 맞게 다시 만든 것입니다.
여기에서도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알아볼 수 있는 부분만 남기는 방식이 반복됩니다.
[이미지 출처 :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
그 역할을 위해 새로운 칼리버까지 만들었다
내부에는 새롭게 개발한 칼리버 7190이 들어갑니다.
5Hz, 시간당 36,000회 진동하며 2025년 랜드드웰러의 칼리버 7135를 기반으로 개발됐습니다.
Dynapulse 이스케이프먼트와 Syloxi 실리콘 헤어스프링을 사용하고 약 66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합니다. 롤렉스에 따르면 칼리버 7190과 관련해 30건의 특허가 출원됐으며, 이 가운데 2건은 파델로네 전용입니다. 즉 오래된 캘린더 시계를 다시 보여주기 위해 과거의 무브먼트까지 따라간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의 사용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최신 무브먼트를 새로 만든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
다시 돌아온 것은 Ref.8171 그 자체가 아니다
신형 케이스는 39mm이며 18캐럿 에버로즈 골드와 950 플래티넘으로 제작됩니다.
에버로즈 골드에서는 7열 구조의 세티모 브레이슬릿 또는 브라운 앨리게이터 스트랩을 선택할 수 있고, 플래티넘 모델에서는 블랙 앨리게이터 스트랩이 조합됩니다.
2023년 1908로 시작된 퍼페츄얼 컬렉션에 파델로네가 추가됐다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롤렉스 역시 신형을 퍼페츄얼 컬렉션의 확장으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시계에서 롤렉스의 앞으로의 방향까지 크게 단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한 모델 안에서 확인되는 선택이 더 재미있습니다.
Ref.8171에서 사람들이 익숙하게 읽었던 요일·월·포인터 데이트·문페이즈의 관계는 남겼습니다.
반면 사용자가 달력을 관리해야 하는 방식은 연간 캘린더와 순간 전환 메커니즘으로 크게 바꿨습니다.
그래서 롤렉스 퍼페츄얼 파델로네는 1950년대 시계를 그대로 다시 만든 모델이라기보다, 과거에서 남길 것과 굳이 남기지 않을 것을 구분해서 만든 시계에 더 가깝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달력은 익숙하게 남기고, 사용하면서 느끼게 되는 불편함은 현재의 기술로 덜어낸 것.
저는 파델로네가 70여 년 만에 다시 등장한 의미를 바로 여기에서 찾고 싶습니다.
과거를 되살렸지만, 과거를 사용하는 방법까지 되살리지는 않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