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도 에버로즈도 아니다, 롤렉스가 새로운 골드를 만든 이유
2026년 롤렉스 신제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새로운 골드의 등장입니다.
옐로우 골드도, 화이트 골드도,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에버로즈 골드도 아닙니다.
롤렉스는 새롭게 개발한 18캐럿 골드 합금에 '쥬빌리 골드(Jubilee Gold)'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를 데이-데이트 40에 처음 적용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롤렉스가 쥬빌리 골드를 기존 골드의 색상 변형 정도로 다루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데이-데이트의 소재를 옐로우 골드, 화이트 골드, 핑크 골드, 플래티넘과 함께 쥬빌리 골드라는 별도의 항목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미 세 종류의 골드가 있는데, 왜 굳이 또 하나의 골드를 따로 만들었을까요?
[이미지 출처 :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
롤렉스는 이미 한 번 골드를 새로 만든 적이 있다
쥬빌리 골드를 이해하려면 먼저 롤렉스가 골드를 다루는 방식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18캐럿 골드는 금을 기본으로 다른 금속을 섞어 만듭니다. 어떤 금속을 어떤 비율로 배합하느냐에 따라 색과 특성이 달라집니다.
롤렉스는 제네바에 자체 주조 시설을 두고 이러한 골드 합금을 직접 생산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합금을 만든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등장한 에버로즈 골드입니다.
에버로즈는 일반적인 핑크 골드를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롤렉스가 원하는 색과 광택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별도로 개발한 18캐럿 합금입니다.
중요한 것은 당시 롤렉스가 단순히 핑크 골드에 새로운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원하는 결과가 기존 소재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자 합금 자체를 다시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약 2년 뒤, 롤렉스는 다시 같은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색인지부터 명확하지 않다
쥬빌리 골드는 에버로즈와 조금 다릅니다.
에버로즈라는 이름 그대로 롤렉스가 만든 핑크 골드라는 성격이 분명했습니다.
반면 쥬빌리 골드는 한 가지 색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롤렉스는 공식적으로 은은한 옐로우, 따스한 그레이, 부드러운 핑크 톤이 함께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심지어 이를 단순한 새로운 컬러가 아니라 "컬러 이상의 효과"라고 표현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번 쥬빌리 골드에서 가장 흥미롭습니다.
기존 골드는 이름을 들으면 어느 정도 색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옐로우 골드는 옐로우,
화이트 골드는 화이트,
에버로즈는 핑크 계열입니다.
그런데 쥬빌리 골드는 어느 하나에 정확하게 들어가지 않습니다.
빛과 각도에 따라 옐로우와 그레이, 핑크가 섞여 보이고, 롤렉스 역시 한 가지 색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골드 색상을 하나 추가했다기보다, 기존 세 가지 색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골드를 아예 새로운 종류로 독립시킨 셈입니다.
[이미지 출처 :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
왜 데이-데이트 40이었을까
첫 적용 모델은 데이-데이트 40입니다.
이 선택 자체는 크게 낯설지 않습니다.
데이-데이트는 오랫동안 귀금속으로 전개돼 왔고, 프레지던트 브레이슬릿과 플루티드 베젤을 통해 롤렉스를 대표하는 골드 워치의 이미지를 만들어온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2026년에는 쥬빌리 골드의 특징을 보여주는 방식도 두 가지로 나눴습니다.
Ref. 228235JG의 골드 리프 디자인 모델에서는 다이얼 자체까지 18캐럿 쥬빌리 골드로 제작했습니다. 로마 숫자와 인덱스, 핸즈까지 같은 소재를 사용해 쥬빌리 골드의 색조를 시계 전면에서 보여줍니다.
다른 모델에서는 라이트 그린 어벤추린 다이얼과 10개의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조합했습니다. 같은 골드인데도 한쪽은 소재 자체를 강조하고, 다른 한쪽은 전혀 다른 색의 다이얼과 만났을 때 어떻게 보이는지를 보여주는 구성입니다.
쥬빌리 골드가 단순히 케이스를 만드는 새로운 금속에 그치지 않고, 빛과 주변 색에 따라 달라지는 효과까지 보여주려는 소재라는 점이 여기서 더 분명해집니다.
새로운 골드가 필요했던 이유
여기서는 한 가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롤렉스는 왜 지금 새로운 골드 합금이 필요했는지 구체적인 개발 배경까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특정 고객층을 겨냥했다거나 에버로즈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습니다.
따라서 그 이유를 대신 만들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롤렉스가 실제로 한 선택은 분명합니다.
기존 엘로우, 화이트, 핑크 가운데 하나의 색조를 조금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세 가지 어디에도 정확하게 넣기 어려운 색을 새로운 18캐럿 골드 합금으로 만들고, '쥬빌리 골드'라는 독립된 소재로 분류했습니다.
저는 이번 쥬빌리 골드의 의미를 여기에서 찾는 편이 맞다고 봅니다.
에버로즈가 롤렉스만의 핑크 골드를 만들었던 시도라면,
쥬빌리 골드는 아예 골드를 나누는 기존의 색 기준에서 한 걸음 벗어난 소재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롤렉스가 늘린 것은 골드 컬러 하나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골드를 구분하는 기준 하나를 더 만든 것에 가깝습니다.
쥬빌리 골드가 앞으로 에버로즈처럼 다른 컬렉션까지 확대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첫 번째 데이-데이트 40을 보면 롤렉스가 이번 소재를 어떻게 보여주고 싶은지는 분명합니다.
옐로우도, 화이트도, 핑크도 아닌 골드.
쥬빌리 골드가 새로운 이유는 색이 하나 더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기존 색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골드를 롤렉스가 하나의 새로운 소재로 인정했다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