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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 익스프롤러 II, 왜 '낮과 밤'을 구분하던 기능을 아직 남겨뒀을까?

롤렉스 익스프롤러 II, 왜 '낮과 밤'을 구분하던 기능을 아직 남겨뒀을까?

시계를 보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시계를 보고도 지금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는 환경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자연광이 들어오지 않는 동굴이나, 계절에 따라 해가 지지 않거나 뜨지 않는 극지방입니다.

일반적인 12시간 시계에서는 시침이 10시를 가리켜도 오전 10시인지 오후 10시인지 시계만으로 바로 알기 어렵습니다.

1971년 롤렉스가 선보인 익스플로러 II Ref.1655는 바로 이런 상황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롤렉스 역시 익스플로러 II의 추가 24시간 핸드와 고정 베젤이 외부 환경만으로 낮과 밤을 구분하기 어려운 탐험가를 위해 개발됐다고 설명합니다.

[이미지 출처 :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

처음에는 GMT 시계가 아니었다

최초의 익스플로러 II에는 일반적인 시침과 함께 별도의 24시간 핸드가 있었고, 베젤에는 24시간 눈금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일반 시침이 하루에 두 바퀴를 도는 동안 24시간 핸드는 한 바퀴만 움직입니다.

따라서 시침이 10시를 가리키더라도 24시간 핸드가 10을 가리키면 오전, 22를 가리키면 오후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시 Ref.1655의 24시간 핸드를 지금처럼 별도의 시간대로 설정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일반 시침과 24시간 핸드가 함께 움직였기 때문에 최초의 익스플로러 II는 두 지역의 시간을 표시하는 GMT 워치가 아니라

낮과 밤을 확인하기 위한 24시간 표시 시계에 가까웠습니다. 이 기능 때문에 베젤도 회전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익스플로러 II의 스틸 베젤은 처음부터 고정된 24시간 기준표 역할을 했습니다.

1985년, 같은 구조의 역할이 하나 더 생겼다

큰 변화는 1985년 등장한 Ref.16550에서 일어났습니다.

새로운 Cal.3085를 사용하면서 일반 시침을 24시간 핸드와 독립적으로 한 시간 단위로 조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에 도착한 뒤 일반 시침만 현지 시간으로 옮기고 24시간 핸드는 한국 시간에 그대로 두면 두 지역의 시간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익스플로러 II가 이때부터 실질적인 듀얼 타임 워치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에서 더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GMT 기능이 생겼는데도 롤렉스는 익스플로러 II의 고정 24시간 베젤을 없애지 않았습니다.

낮과 밤을 구분하던 구조를 버리고 새로운 GMT 시계로 다시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더 추가한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

기능을 교체한 것이 아니라 역할을 늘렸다

현행 Ref.226570에서도 같은 방식이 이어집니다.

오렌지색 24시간 핸드와 고정 24시간 베젤을 이용하면 지금이 하루 중 어느 시간대인지 확인할 수 있고, 일반 시침을 독립적으로 설정하면 두 번째 시간대도 표시할 수 있습니다.

롤렉스의 현행 사용 설명서 역시 이 기능을 '낮과 밤의 구분 또는 두 번째 시간대 표시' 두 가지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저는 이 점이 익스플로러 II의 변화 방식에서 가장 재미있습니다.

보통 오래된 기능의 필요성이 줄어들면 삭제하거나 다른 기능으로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익스플로러 II는 달랐습니다.

1971년에 동굴과 극지방에서 낮과 밤을 확인하기 위해 만든 구조를 그대로 남겨두고, 1985년부터는 그 구조가 여행자의 두 번째 시간까지 보여주게 됐습니다. 기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같은 기능에 새로운 쓰임이 더해진 셈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고정 베젤이 남아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익스플로러 II 사용자가 며칠씩 동굴에 머물며 낮과 밤을 확인하기 위해 이 시계를 선택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24시간 핸드와 고정 스틸 베젤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단순히 1971년 디자인을 복각하기 위해서라고만 보기에는 이 구조가 여전히 실제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

낮과 밤을 확인할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두 번째 시간대를 표시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익스플로러 II의 24시간 표시를 '옛날 기능이 디자인으로 남았다'고만 보는 것은 조금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롤렉스는 그 기능을 버리지 않았고 다른 용도를 하나 더 만들어 계속 사용했습니다.

1971년에는 자연광이 사라졌을 때 시간을 이해하기 위한 기능이었고, 지금은 장소가 바뀌었을 때도 시간을 이어서 볼 수 있는 기능이 됐습니다.

익스플로러 II가 50년 넘게 같은 24시간 베젤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필요했던 기능을 과거에 남겨두지 않고, 시대가 바뀔 때마다 쓸 이유를 하나씩 더해왔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