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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바꾼 롤렉스, 코로나는 시계시장을 어떻게 갈라놓았을까?

위기를 기회로 바꾼 롤렉스, 코로나는 시계시장을 어떻게 갈라놓았을까?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2020년 코로나19는 스위스 시계산업에도 큰 충격을 줬습니다.

공장은 멈췄고 매장은 문을 닫았습니다. 해외여행과 면세 판매도 줄면서 2020년 스위스 시계 수출액은 전년보다 21.8% 감소했습니다.

롤렉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롤렉스는 자체 생산량과 매출을 공개하지 않지만, Morgan Stanley와 LuxeConsult의 추정에 따르면 2020년 생산량은 약 81만 개로 전년보다 약 19%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롤렉스도 줄었는데,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2020년 롤렉스의 스위스 시계시장 점유율은 추정치 기준 약 24.9%까지 올라갔습니다. 롤렉스가 성장해서라기보다 다른 브랜드들이 더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 머니투데이]

코로나가 새롭게 만든 희소성은 아니었다

데이토나를 비롯한 일부 인기 롤렉스는 코로나 이전부터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생산과 유통이 동시에 줄어든 상황에서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기존의 공급 부족이 더 크게 드러났습니다. 이때 구매자들은 자연스럽게 중고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신품을 기다리지 않고 원하는 모델을 바로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0년 신품 시계시장이 크게 줄어드는 동안 중고시장은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공식 판매가격만큼이나 중고시장에서 얼마에 거래되는지가 모델의 인기를 보여주는 숫자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사고 싶은데 구하기 어렵다" 였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갖고 싶다"는 심리까지 섞였습니다.

저는 이 변화가 당시 롤렉스 시장을 설명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일반적인 상품에서는 구매하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하지만 일부 인기 롤렉스에서는 그 불편함이 오히려 어렵게 얻어낸 전리품 같은 감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2019년 소셜 임팩트 브랜드조사]

롤렉스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롤렉스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났을까요?

롤렉스는 코로나 이전부터 몇 가지 조건을 이미 가지고 있었습니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큰 중고시장, 그리고 서브마리너와 데이토나처럼 세대가 바뀌어도 디자인의 핵심을 크게 바꾸지 않는 모델들입니다. 평소에는 다소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는 특징입니다.

하지만 중고 시장이 중요해진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신형이 나와도 이전 모델이 갑자기 낡아 보이지 않고, 과거 거래 사례가 많아 가격을 비교하기도 쉽습니다. 즉 코로나가 롤렉스에 새로운 강점을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던 특징들이 다른 의미로 읽히기 시작한 것입니다.

가격 상승은 영원하지 않았다

물론 당시의 프리미엄이 계속 이어진 것은 아닙니다. 인기 모델의 중고가격은 2022년 초 정점을 찍은 뒤 조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주요 롤렉스 모델을 추적한 지수 역시 2022년 4월 고점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롤렉스는 계속 오른다'는 믿음에는 금이 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남은 것은 가격만이 아니었습니다.

중고시장의 영향력이 커졌고, 시계를 고를 때도 디자인과 무브먼트뿐 아니라 얼마나 쉽게 거래할 수 있는지, 가격이 얼마나 유지되는지까지 함께 보는 분위기가 강해졌습니다. 결국 코로나가 롤렉스를 다른 브랜드로 바꾼 것은 아닙니다. 롤렉스가 코로나에 맞춰 변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가 롤렉스의 변하지 않는 부분을 다르게 보이게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같은 위기를 겪더라도 브랜드마다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해졌습니다.

코로나는 시계시장을 새롭게 갈라놓았다기보다, 이미 존재하던 브랜드 사이의 차이를 더 크게 보여준 사건에 가까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