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제는 왜 폴로에 미닛 리피터를 넣었을까?
2026년, 피아제가 조금 특별한 폴로를 공개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피아제 공식 홈페이지]
이름은 Piaget Polo Minute Repeater.
피아제를 대표하는 스포츠 시크 컬렉션인 폴로에 미닛 리피터를 적용한 모델입니다.
미닛 리피터는 현재 시간을 종소리로 알려주는 기능입니다. 시간을 표시하는 장치 외에 소리를 만들어내는 해머와 공이 피료하기 때문에 기계식 시계에서도 제작 난도가 높은 컴플리케이션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이번 신제품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단히 복잡한 기능이 추가됐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케이스 지름은 48mm지만 두께는 9.3mm에 불과합니다. 그 안에는 두께 4.8mm의 자동 미닛 리피터 무브먼트가 들어갑니다.
피아제가 오랫동안 발전시켜온 초박형 기술에 소리를 내는 기능까지 결합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피아제는 왜 이 기술을 폴로에 적용했을까요?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시계
미닛 리피터는 작동 장치를 움직이면 시, 15분 단위, 남은 분을 서로 다른 소리로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10시 37분이라 시간을 알리는 저음이 열 번 울리고, 30분을 나타내는 두 차례의 타종이 이어진 뒤 남은 7분을 아릴는 소리가 울립니다.
과거에는 어두운 곳에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실용적인 목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굳이 종소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미닛 리피터가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을 대표하는 기능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시계 안에 해머와 공을 넣는 것만으로 좋은 소리가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해머가 공을 두드리면서 발생한 진동이 케이스를 통해 외부로 전달돼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음량과 음색, 울림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미닛 리피터는 시간을 정확하게 표시하는 것뿐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떤 소리로 전달하는지도 중요한 시계인 셈입니다.
피아제가 이미 가지고 있던 기술
[이미지 출처 : 피아제 공식 홈페이지]
피아제에게 초박형은 새로운 도전이 아닙니다.
1957년에는 두께 2mm의 수동 무브먼트 Calibre 9P를 발표했고, 1960년에는 2.3mm 두께의 자동 무브먼트 Calibre 12P를 선보였습니다.
12P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자동 무브먼트였습니다.
이후에도 피아제는 초박형 기술을 발전시켰고, 2013년에는 폴로 엠퍼라도르 쿠생 미닛 리피터를 통해 자동 미닛 리피터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이번 폴로에 탑재된 Calibre 1290P 역시 완전히 새로운 무브먼트는 아닙니다.
마이크로 로터를 사용하는 자동 미닛 리피터 무브먼트로, 약 40시간의 파워리저브와 3Hz의 진동수를 갖췄습니다.
피아제는 이미 복잡한 타종 장치를 얇은 무브먼트 안에 넣을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에 달라진 것은 그 기술을 담는 시계입니다.
과거 엠퍼라도르 계열에서 보여주던 미닛 리피터를 현대적인 폴로 컬렉션으로 가져왔습니다.
9.3mm의 두께보다 중요한 64dB
[이미지 출처 : 피아제 공식 홈페이지]
이번 모델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숫자는 9.3mm와 64dB입니다.
9.3mm는 완성된 시계의 두께이고, 64dB는 피아제가 공개한 타종음의 강도입니다.
미닛 리피터는 일반적인 시계보다 많은 장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얇게 만드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얇게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해서 좋은 미닛 리피터가 완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소리가 케이스 밖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음색이 탁하다면 타종 기능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아제는 이번 모델을 개발하면서 무브먼트의 기계적인 구조뿐 아니라 케이스의 공명 특성까지 함께 연구했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완성된 시계의 소리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피아제 개발 책임자 레미 조마르에 따르면 미닛 리피터의 소리는 외부 소음을 차단한 공간에서 측정합니다.
먼저 무브먼트 상태에서 소리를 확인하고, 이후 케이스에 조립된 완성 시계에서도 다시 측정합니다.
음의 주파수가 기준에 맞지 않으면 작업장으로 돌려보내 공과 해머 등 관련 부품을 조정합니다.
이 과정을 각각의 시계에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폴로 미닛 리피터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바로 여기라고 생각합니다.
초박형 기술은 완성된 시계의 두께를 측정하면 어느 정도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닛 리피터는 다릅니다.
무브머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뿐 아니라 케이스에 조립된 뒤 어떤 소리를 내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피아제는 이번 모델에서 얇은 시계를 만드는 기술과 완성된 시계의 소리를 조율하는 기술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폴로의 디자인 안에 들어온 미닛 리피터
[이미지 출처 : 피아제 공식 홈페이지]
이번 모델은 18캐럿 화이트 골드 케이스를 사용하며, 9시 방향에는 미닛 리피터를 작동시키는 슬라이더가 자리합니다.
골드 다이얼에는 핸드 기요셰 장식을 적용하고 일부 오픈워크 처리해 내부 메커니즘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피아제 폴로 특유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복잡한 기계 구조를 디자인의 일부로 드러낸 것입니다.
방수 성능은 3bar입니다.
스포츠 시크 컬렉션에 속하지만 실제 스포츠 활동이나 수중 사용을 위한 시계라기보다는 복잡한 기계식 기술과 디자인을 함께 보여주는 모델에 가깝습니다.
생산량도 일반적인 폴로와 다릅니다.
피아제는 2026년 이 모델을 번호가 부여된 다섯 점만 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정해진 수량만 생산하고 단종하는 한정판은 아닙니다. 제작에 많은 시간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제한 되는 것입니다.
피아제에 따르면 무브먼트 하나를 수작업으로 마감하고 졸비하는 데만 150시간 이상이 필요합니다.
피아제는 왜 폴로를 선택했을까?
최근 피아제는 폴로에 퍼페추얼 캘린더와 플라잉 투르비용 등 복잡한 기능을 연이어 적용해왔습니다.
이번 미닛 리피터 역시 그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모델을 단순히 폴로에 더 복잡한 기능을 추가한 결과로만 보고 싶지는 습니다.
피아제는 이미 초박형 미닛 리피터를 만들 수 있는 브랜드였습니다.
이번에는 그 기술을 폴로라는 익숙한 디자인 안에 담으면서, 무브먼트뿐 아니라 완성된 시계의 소리까지 조율해야 하는 과제를 다시 풀었습니다.
48mm의 케이스와 9.3mm의 두께, 64dB의 타종음은 그 결과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실제 제작 과정에서는 숫자만큼이나 각 시계의 소리를 확인하고 조정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피아제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초박형 기술이 복잡한 기능을 담는 데 그치지 않고, 완성된 시계의 품질을 어디까지 관리할 수 있는가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폴로 미닛 리피터의 의미는 새로운 초박형 기록을 세웠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이미 보유한 기술을 폴로에 적용하면서도 미닛 리피터에 필요한 음향 품질을 함께 구현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얇은 시계를 완서하는 것과 좋은 소리를 내는 시계를 완성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피아제는 이번 폴로에서 그 두 가지를 함께 다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