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전문가 컬럼

돌고 돌아 다시 파네라이

돌고 돌아 다시 파네라이

파네라이는 시계 애호가에게 묘한 애증을 남기는 브랜드입니다. 손목 위에서 파네라이보다 멋져 보이는 시계는 많지 않습니다. 단순히 크고 존재감이 강해서가 아닙니다. 잘 만든 루미노르와 라디오미르는 하나의 시게보다 먼저 실루엣으로 기억됩니다. 넓은 다이얼과 큼직한 숫자, 샌드위치 구조, 그리고 루미노르를 상징하는 크라운 가드까지. 멀리서 보더라도 파네라이라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디자인입니다. 적어도 손목을 처음 내려다봤을 때 남기는 인상만큼은 아주 강합니다. 문제는 그 멋에 늘 작은 대가가 따라왔다는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파네라이 공식 홈페이지]

좋아했지만 오래 차기 어려웠다

네 점의 파네라이를 경험하면서 디자인에 대한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착용하면서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인 루미노르는 기대했던 것보다 폴리시드 면이 많아, 제가 파네라이에서 좋아했던 투박하고 목적 지향적인 분위기와 조금 어긋났습니다. 라디오미르는 사진으로 볼 때 아름다웠지만 실제 손목에서는 크라운이 피부를 직접 누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루미노르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크라운 가드의 역할을 오히려 라디오미르를 차면서 알게 된 셈입니다. 그리고 PAM02025가 있었습니다. 44mm 브루니토 스틸 케이스와 샌드위치 다이얼을 갖춘 이 모델은 처음에는 제가 원하던 파네라이에 상당히 가까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착용하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커다란 사다리꼴 버클이 계속 손목에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PAM02025에 실제로 22mm 브루니토 스틸 사다리꼴 버클이 적용되는 것도 공식 사양에서 확인됩니다. 처음 20분은 멋졌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편했습니다. 감탄하게 만드는 시계였지만 손은 자주 가지 않았습니다. 시계에서는 꽤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파네라이의 문제는 정말 무브먼트였을까

파네라이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무브먼트로 향합니다. 리테일 가격에 비해 특정 칼리버가 단순하다는 지적도 있고,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여러 파네라이를 직접 착용하고 나니 제게 더 중요한 문제는 조금 달랐습니다. 시계를 소유하면서 케이스백보다 훨씬 자주 보는 것은 다이얼이고, 무브먼트의 구조보다 훨씬 오래 경험하는 것은 손목 위에서 느껴지는 감각이었습니다. 아무리 멋진 시계라도 하루가 지나기 전에 풀고 싶어진다면 사양표에 적힌 장점은 점점 멀어집니다. 그런데도 파네라이를 완전히 잊기는 어려웠습니다. 크라운 가드와 샌드위치 다이얼, 커다란 숫자가 만드는 얼굴은 여전히 다른 시계로 쉽게 대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문제는 파네라이를 좋아하느냐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파네라이라면 계속 손목에 올릴 수 있느냐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 파네라이 공식 홈페이지]

다시 보게 만든 PAM01360

그 답에 가까웠던 모델이 루미노르 PAM01360이었습니다. 44mm라는 크기와 루미노르 특유의 실루엣은 그대로지만 케이스 대부분에는 브러시드 마감을 적용하고, 다이얼을 감싸는 베젤에만 폴리싱을 사용합니다. 파네라이다운 도구적인 분위기는 남기면서도 필요한 만큼의 광택만 더한 구성입니다. 공식 사양에서도 브러시드 스틸 케이스와 폴리시드 스틸 베젤 조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이얼은 전통적인 파네라이보다 조금 복잡합니다.

스몰 세컨즈와 날짜에 GMT,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까지 들어갑니다. 자동 칼리나 P.9012는 두 개의 배럴을 통해 3일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하고, 방수도 300m입니다. 단순함을 좋아하는 파네라이 순수주의자라면 오히려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반대로 봤습니다. 44mm의 넓은 다이얼에서는 여러 기능이 생각보다 답답하지 않았고, GMT와 파워리저브에 들어간 컬러 포인트는 익숙한 파네라이에 조금 다른 에너지를 더합니다. 무엇보다 PAM01360은 과거의 군용 시계처럼 보이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지 않습니다. 파네라이의 기본적인 얼굴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현대적인 루미노르라는 사실을 꽤 솔직하게 받아들인 시계에 가깝습니다. 이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더 좋은 파네라이보다 더 자주 찰 파네라이

PAM00233처럼 컬렉터의 시선에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모델도 있습니다. 케이스백을 통해 보는 무브먼트나 역사적인 요소만 따진다면 저 역시 다른 선택지를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파네라이를 몇 번 경험하고 나니 시계를 고르는 기준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손목을 내려다봤을 때 파네라이다운가.

그리고 그 모습을 하루 종일 편하게 볼 수 있는가.

PAM01360은 이 두 가지에 꽤 설득력 있는 답을 줬습니다. 여기에 부티크에서 확인한 호환 가능한 작은 스틸 버클을 사용하자 마지막으로 거슬리던 부분도 줄었습니다. 44mm 루미노르가 갑자기 작은 시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불필요한 불편함 하나가 사라지자 다시 시계 자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버클이 아니라 케이스가 이야기의 중심으로 돌아온 겁니다.

돌고 돌아 다시 파네라이

파네라이는 완벽해서 다시 찾게 되는 브랜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여러 번 좋아했고, 여러 번 불편했고, 그 과정에서 제가 파네라이에서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분명해졌습니다. 아름다운 무브먼트도 중요하고 좋은 사양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결국 제가 파네라이에서 원했던 것은 훨씬 단순했습니다. 손목을 내려다봤을 때 단번에 파네라이라고 느껴지는 디자인, 그리고 그 모습을 하루 종일 불편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것. PAM01360은 파네라이의 고집을 모두 버린 시계가 아닙니다. 크고, 강하고, 여전히 한눈에 파네라이입니다.

대신 제가 파네라이를 좋아하면서도 자주 착용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몇 가지 이유를 조금 덜어냈습니다. 여러 파네라이를 거치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다시 파네라이를 선택하게 만든 것은 더 완벽한 파네라이가 아니라, 더 자주 차고 싶은 파네라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