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전문가 컬럼

로고만 붙였던 2023년, 지샥x코카콜라는 무엇을 바꿨을까?

[이미지 출처 : 지샥 공식 홈페이지]

지샥이 2023년 콜라보 이후 두 번째로 코카콜라와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코카콜라 탄생 140주년을 기념해 GA-2100CC-3A 한 모델만 선보였습니다.

이름만 놓고 보면 실패하기 어려운 조합입니다. 지샥은 대중적인 시계의 상징과도 같고, 코카콜라는 특유의 빨간색과 흰색만으로도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는 브랜드니까요.

하지만 서로의 색이 너무 강했던 걸까요? 그들의 첫 만남은 기대만큼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 지샥 공식 홈페이지]

2023년, 첫 번째 콜라보 때 지샥은 두 가지 한정판을 선보였습니다.

지샥 최초의 디자인을 계승한 사각형 DW5600CC23-4와 둥근 형태의 DW6900CC23-3입니다.

미국 출시 가격은 두 모델 모두 160달러였습니다.

DW5600CC23-4는 코카콜라의 대표색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케이스와 밴드를 빨간색으로 채우고 흰색 로고를 크게 배치했습니다.

다이얼과 디지털 화면에도 빨간색을 이어가면서 멀리서도 코카콜라 협업임을 알아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DW6900CC23-3은 조금 다른 방향을 택했습니다. 코카콜라의 오래된 컨투어 보틀에서 가져온 반투명 초록색 레진을 케이스와 밴드에 적용했습니다.

백라이트를 켜면 병 모양이 나타나고, 케이스백에는 병뚜껑을 연상시키는 문양을 새겼습니다.

두 모델 다 코카콜라의 상징을 충실하게 담아냈습니다. 직관적으로 코카콜라와의 콜라보임을 알아볼 수 있었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기능과 구조는 지샥의 기본 모델과 달라지지 않았고, 빨간색 DW5600은 빨간색 반전 LCD가 가독성을 낮게 하였고 코카콜라의 정체성이 너무 강해 판촉상품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초록색 DW6900은 유리병이라는 소재를 가져온 것은 매력적이었지만 기존 모델에 색을 덧입힌 정도였습니다.

2023년의 첫 번째 콜라보는 실패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재고 없이 품절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거대한 브랜드가 만나 큰 시너지를 바란 소비자에게 해당 결과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지샥 공식 홈페이지]

2026년 콜라보는 어땠을까요?

이번에 선택된 모델은 팔각형 베젤과 얇은 아날로그·디지털 구조로 인기를 얻은 일명 '카시오크' GA-2100입니다.

이번 콜라보에도 DW6900때처럼, 유리병이 떠오르는 반투명 초록색을 사용했지만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갈색 계열의 다이얼에는 탄산 기포처럼 보이는 그래픽을 더했습니다. 9시 방향의 요일 인디케이터에는 유리병의 굴곡을 반영했고, 밴드 루프에도 같은 병 모티브를 적용했습니다.

케이스백에는 병뚜껑에서 가져온 문양을 새겼으며, 140주년 전용 패키지로 구성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지샥 공식 홈페이지]

코카콜라 로고는 여전히 다이얼 위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로고가 디자인 전체를 이끌지 않습니다. 초록색 병과 갈색 음료, 기포와 병뚜껑이 먼저 시계를 설명하고 로고는 마지막에 정체성을 확인해 줍니다.

2023년 첫 협업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모델 역시 시계 자체의 사양만 놓고 보면 기존 GA-2100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이 시계에 추가로 지불하는 비용은 성능보다는 협업을 통해 완성된 디자인에 대한 값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디자인의 밀도입니다. 이 밀도가 올라가면서 2023년형이 '코카콜라 로고가 들어간 지샥'이었다면, 2026년은 '코카콜라 한병을 지샥으로 바꾼 시계'가 되었습니다.

브랜드 협업에서 가장 쉬운 방법은 서로의 로고를 교환하는 것입니다. 완성 속도가 빠르고 누구와 협업했는지도 즉시 전달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2023년 지샥x코카콜라 콜라보는 가장 쉬운 길을 따라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결과도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2026년은 단순한 로고 교환이 아닌 브랜드를 해석하는 방법이 바뀌었습니다.

2026년 콜라보는 코카콜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까지 설득할 정도의 혁신적인 시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익숙한 브랜드를 새롭게 볼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콜라보는 임무를 다한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