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데마 피게가 '블루 세라믹'을 만든 이유
로열 오크를 상징하는 색을 하나 고른다면 많은 사람이 블루를 떠올립니다. 팔각형 베젤과 노출된 스크루, 일체형 브레이슬릿이 외형의 정체성을 만든다면, 짙고 차분한 블루 다이얼은 로열 오크의 첫인상을 결정해 온 요소에 가깝습니다.
로열 오크와 블루의 조합 잘체는 새롭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한 조합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번 모델의 흥미로운 건 단순히 '또 하나의 블루 로열 오크가 등장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50년 넘게 다이얼에 머물렀던 색을 왜 이제야 시계의 소재 자체로 확장했느냐에 있습니다.
오데마 피게는 2026년 이 상징적인 색을 다이얼 안에만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새롭게 공개한 로열오크 셀프와인딩 플라잉 투르비용 Ref. 26730CD.OO.1325CD.01에는 'Bleu Nuit, Nuage 50' 색상의 세라믹을 케이스와 베젤, 크라운, 일체형 브레이슬릿까지 적용했습니다. 블루 다이얼을 정착한 로열 오크가 아니라, 시계의 외장 전체를 로열 오크의 역사적인 블루로 완성한 모델입니다.
이번 신제품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새로운 색상의 세라믹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이 아닙니다. 1972년부터 이어진 다이얼 컬러를 현대적인 소재로 옮기고, 서로 별도로 제작되는 케이스와 베젤, 브레이슬릿 링크에 동일한 색을 구현한 뒤, 로열 오크 특유의 새틴 브러싱과 폴리싱까지 재현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 1972년 로열 오크에서 시작된 블루
'Bleu Nuit, Nuage 50'은 최근 만들어진 마케팅용 컬러명이 아닙니다. 그 기원은 1972년 출시된 최초의 로열 오크 Ref. 5402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제랄드 젠타의 초기 디자인에는 이미 블루 컬러가 지정돼 있었습니다. 다이얼 제작을 담당했던 스턴은 작은 사각형이 반복되는 'Petite Tapisserie' 표면의 세부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짙은 블루를 표현해야 했습니다. 일반적인 페인트를 두껍게 올리면 미세한 다이얼 무늬와 반사 효과가 가려질 수 있었기 때문에, 매우 얇은 색상층을 입히는 갈바닉 방식이 사용됐습니다. 'Nuage 50'이라는 이름도 당시 제작 방식에서 나왔습니다. 오데마 피게의 아카이브에 따르면 'N50'은 블루 다이얼을 보호하는 투명 래커에 소량의 검은색을 섞어 구름처럼 깊은 음영을 만든 처리 방식을 의미합니다.
초기 다이얼은 수작업 공정과 빛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색상이 조금씩 달랐으며, 이 미묘한 변화 역시 빈티지 로열 오크에서 관찰되는 특징입니다. 현재의 로열 오크 다이얼에서는 컬렉션 전반의 색상 균일도를 높이기 위해 PVD방식이 사용됩니다. 이번 세라믹 모델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다이얼에 적용하던 역사적인 색을 외장 소재 자체의 색상만으로 확장한 사례입니다.
이 역사를 알고 나면 이번 블루 세라믹을 단순한 신소재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데마 피게가 새롭게 만든 것은 '예쁜 파란색 세라믹'이 아니라, 1972년부터 로열 오크를 상징해 온 특정한 블루를 다른 시대의 기술로 다시 구현한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과거에는 완벽하게 같은 색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블루를, 이번에는 오히려 수많은 세라믹 부품에서 얼마나 균일하게 재현할 수 있는지가 기술적인 과제가 됐다는 점입니다.
- 왜 다이얼이 아닌 세라믹이었을까
스틸이나 골드 케이스에 블루 코팅을 적용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데마 피게가 선택한 것은 표면에 색을 입히는 방식이 아니라, 세라믹 원료 단계에서 색상을 구현하는 방식입니다. 오데마 피게가 사용하는 세라믹의 정확한 배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브랜드는 산화지르코늄 분말과 전용 바인더를 사용하는 고성능 세라믹이라고 설명합니다. 혼합된 소재는 1,000℃ 이상의 고온에서 소결돼 밀도 높은 부품으로 완성되며, 색상도 이 공정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나타납니다. 금속에 도료를 입히는 방식이라면 표면층의 색상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지만, 컬러 세라믹은 원료 배합부터 소결 이후의 발색까지 관리해야 합니다. 더욱이 시계 하나에 들어가는 베젤과 케이스, 크라운, 수많은 브레이슬릿 링크는 모두 형상과 크기가 다릅니다. 각각 제작된 부품이 조립됐을 때 특정 부분만 밝거나 어둡게 보이지 않도록 색을 반복해서 재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오데마 피게는 'Bleu Nuit, Nuage 50'색상을 세라믹으로 옮기고, 생산 시마다 균일하게 재현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발하는데 수년이 걸렸다고 설명합니다. 색상을 완성한 뒤에도 각 부품은 별도의 수작업 마감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여기서 눈 여겨볼 부분은 단순히 '블루 세라믹을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그 블루를 로열 오크에 적용했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원형 케이스라면 색의 균일성만으로도 어느 정도 완성도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열 오크는 베젤부터 브레이슬릿까지 수많은 면과 모서리가 이어지고, 새틴 브러싱과 폴리싱에 따라 같은 소재도 전혀 다른 색처럼 보입니다. 결국 오데마 피게가 맞춰야 했던 것은 색상표 속 하나의 블루가 아니라, 손목 위에서 움직일 때까지 하나의 로열 오크처럼 보이는 블루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같은 색보다 어려운 것은 마감
로열 오크는 외형 자체보다 표면 마감에서 제작 난도가 높아지는 시계입니다. 베젤과 케이스, 브레이슬릿에는 결이 일정한 새틴 브러싱과 빛을 강하게 반사하는 폴리시드 면이 번갈아 배치됩니다. 부품 사이의 경계와 모서리가 흐려지면 로열 오크 특유의 날카롭고 입체적인 인상이 약해집니다. 오데마 피게는 세라믹 부품을 소결한 뒤 사전 폴리싱과 새틴 마감을 진행하고, 최종 단계에서 라인과 각도, 베젤의 모서리를 다시 손으로 마무리합니다. 단순히 광택이 있는 블루 세라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틸 로열 오크에서 볼 수 있었던 서로 다른 표면의 대비를 세라믹 위에 재현하는 과정입니다.
브랜드의 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인 로열 오크의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에는 24개의 베벨 에지와 서로 다른 마감이 적용된 27개의 표면, 16개의 스크루 헤드가 포함됩니다. 모델에 따라 세부 구조에는 차이가 있지만, 로열 오크의 외장을 마무리할 때 얼마나 많은 면과 경계를 관리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블루 세라믹의 색상이 균일하더라도 새틴 브러싱의 방향이나 폴리시드 모서리의 폭이 달라지면 부품마다 빛을 반사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이번 소재 개발은 '동일한 파란색'을 만드는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립된 시계 전체에서 같은 색이 서로 다른 빛을 만들어내도록 조정하는 과정까지 포함합니다.
- 세라믹은 스틸보다 좋은 소재일까
세라믹은 가볍고 일상적인 스크래치와 마모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넓은 베젤과 브레이슬릿이 노출되는 로열 오크에서는 매력적인 특성입니다.
다만 세라믹을 스틸의 완벽한 상위 소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금속처럼 충격을 받았을 때 변형되며 힘을 흡수하는 소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손상 이후에도 일반적인 스틸 케이스처럼 단순한 폴리싱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모델의 세라믹은 '관리할 필요가 없는 소재'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방식이 달라진 소재'라고 보는 편이 더 적접합니다.
- 오데마 피게가 블루 세라믹을 만든 이유
로열 오크에 블루는 전혀 새로운 색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익숙한 색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번 모델이 더 흥미롭습니다.
많은 브랜드가 새로운 인상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색을 찾는다면, 오데마 피게는 반대로 가장 오래된 자신의 색으로 돌아갔습니다. 1972년에는 다이얼 위에서 완성했던 블루를 2026년에는 세라믹이라는 소재를 통해 케이스와 베젤, 크라운, 브레이슬릿까지 확장했습니다.
개인적으로 Ref. 26730CD에서 플라잉 투르비용만큼 눈길이 가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투르비용은 이미 오데마 피게가 오랫동안 다뤄온 영역이지만, 'Bleu Nuit, Nuage 50'를 시계 외장 전체로 구현한 것은 로열 오크의 과거를 현재의 제조 기술로 다시 해석한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블루 세라믹은 새로운 컬러를 하나 추가한 소재 실험이라기보다, 로열 오크가 50년 넘게 가지고 있던 색을 하나의 소재로 다시 만든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다이얼의 색이 시계 전체의 소재가 된 것.
이번 블루 세라믹 로열 오크를 가장 잘 설명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